나는 트랜스 남성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성별 정정을 쉽게 보거나, 무작정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신중히 여러 번 생각 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르몬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수술 과정을 거치며 다짐했던 첫 마음과 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이전 글에서 인터넷 법원 접수 과정을 말했고,
이 글을 처음 접한 예비 트랜스 남성분들은 이전 글을 먼저 보고 오길 바란다.
2021/01/25 - [Diary] - (FTM) 성별정정 실행 06. 법원접수
(FTM) 성별정정 실행 06. 법원접수
나는 트랜스 남성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성별 정정을 쉽게 보거나, 무작정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신중히 여러 번 생각 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르몬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수술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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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법원 접수 후 한 달 후로 심문 기일이 잡혔다.
심문? 그냥 사실대로 말하면 되는 거 아니야? 어려울 게 있나? 등
면접 보듯이 물 흐르듯 대답하면 될 거라고 판단하고 쉽게 생각했다.
아니, 쉽게 생각했다기보다 성별은 여자지만 남자로서 인생을 살아왔기에
이대로의 삶을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떨리는 마음도, 두려움도 들지 않았다.
한 달이 지나고 심문 기일 당일이 되었다.
일찍 나가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계획되고 되는 건 없다더니 심문 시간보다 10분 늦게 도착했다.
X 됐다 생각에 부랴부랴 심문 장소로 가니 사람들이 많이 앉아있었고, 내 차례가 되려면 한참 남았다는 걸 알고 안도하며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오래 걸리는 사람도 있었고, 빨리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점점 내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이 빨리 뛰고 긴장감이 맴돌았다.
웃으면서 나오는 사람과 어두운 표정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어떤 표정으로 나올 수 있을까 생각했다.
부모님과 온 사람, 여자 친구와 온 사람, 혼자 온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을 보니 나 같은 사람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오래 기다리다 보니 내 차례가 되었다.
문이 열리고 내 이름을 호명하는 소리에 들어가니 조금 작은 재판장 앞쪽에 판사가 나를 보며 심문석에 앉으라고 했다.
어떤 심문 질문들이 있는지 찾아보려 했으나 수술 과정 등을 쓴 곳은 많았지만
심문 질문 목록은 없어 나 같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남겨 놓는다.
ㅁ마스크 벗어주세요
ㅁ지금 무슨 일 하는지
ㅁ지금까지 무슨 일 했는지
ㅁ마지막으로 일했던 게 언제인지
ㅁ회사생활 때 여성으로 일했는지
ㅁ회사생활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
ㅁ부모님 동의서가 없는데 주면 판결에 도움을 줄 수 있음
ㅁ인우보증서 다 여자인데 남자 친구들은 없는지
ㅁ사귀는 이성은 몇 명인지?
ㅁ채무가 얼마나 있는지
ㅁ채무가 생긴 이유
ㅁ수술비는 어떻게 충당했는지
ㅁ회사생활도 했는데 빚이 있는 이유
ㅁ수술하고 만족하는지
ㅁ수술하고 부작용이나 현재 이상 없는지
ㅁ수술하고 만족스러운지
ㅁ물어본 거 말고 추가적으로 판결에 도움을 줄 말이 있으면 하고 없으면 안 해도 됨
사귀는 이성이 몇 명인지 물어봤을 때 내가 잘못들은 건가 했다.
사귀는 이성?이라고 말하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냐고 물어봤다.
친구를 말하는 건가요? 물어보니 연인 감정으로 사귀는 이성이 몇 명이냐고 물어본 거라고 했다.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는 질문에 썩은 표정으로 사귀는 이성은 1명이라고 답했다.
심문이 끝나고 찝찝한 기분으로 집으로 갔다.
되면 좋고 안되면 다른 곳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일주일이 지나자 법원에서 전화가 왔다.
부모님 동의서 내라고 했는데 왜 안내냐고...
동의서는 필수 서류가 아니고, 내면 판결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지 무조건 내라고 안내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하자 부모님 동의서를 무조건 내야 된다고 했다.
부모님 동의서를 안내면 어떻게 되냐고 했더니 나랑 같이 심문했던 사람들도 나 때문에 심문 판결이 늦어질 수 있다고 했다.
판사가 한 번에 판결 낸다고 했다며 빨리 작성해서 내라고 했다.
필수 서류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부모님 동의서를 내라고 했으면 지금처럼 기분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조금 많이, 아주 많이 기분이 상하고 좋지 않았지만 나 때문에 힘든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판결이 늦어질 수 있다기에 부모님께 동의서를 받아 제출했다.
제출 후 일주일 뒤 정정 허가로 판결받았다.
떨어지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운이 좋았던 것인가 싶기도 하고
좋지 않은 이 기분은 당연시해야 되나 하는 마음에 기쁜 마음 반, 불쾌한 마음 반이었다.
이제 주민등록 번호 정정과 정보 정정만 남았다!
다들 힘든 이 길을 조금은 행복한 마음으로 걸어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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