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트랜스 남성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성별 정정을 쉽게 보거나, 무작정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신중히 여러 번 생각 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르몬까지는 나쁘지 않지만 수술 과정을 거치며 다짐했던 첫 마음과 달라질지 모르니 말이다.
이전 글에서 진단서 발급 첫 스타트를 말했고,
이 글을 처음 접한 예비 트랜스 남성분들은 이전 글을 먼저 보고 오길 바란다.
2020/09/19 - [Diary] - (FTM) 성별정정 준비 01. 진단서 발급(1)
일주일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정정허가보다는 덜 길게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찾아봤을때 지능검사를 한다고 봐서 내 지능은 개나 줘버려;) 생각하며 웃어넘겼던 적이 있었다.
잠깐 공부하면 뭐하리오.. 사실 그대로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는걸.
병원 방문 하루 전 받아온 숙제를 풀었다.
질문지는 대략 나의 단점,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 나에게 있어 남자들이란, 사람들이 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언젠가 나는 등등
병원마다 질문지는 다르겠지만, 질문지와 심리검사지를 체킹하며 성전환증을 받으려는 질문지가 아닌 모든 사람한테 나눠주는 질문지 같은 느낌이었다.
병원 방문 당일
자기 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아침이 되고 씻고 나오니 조금 떨리기 시작했다.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도 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고, 질문지를 들고 병원에 들어갔다.
접수 후 앉아 있으니 심리검사실에서 들어가라는 간호사의 호명에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쿵작거리기 시작했고, 나름 진정하고자 깊은숨을 몰아 쉬고 들어갔다.
앉아서 10분~20분 정도 기다리니 여자 심리 평가사? 분이 들어왔다.
색안경을 끼지 않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편했는지, 웃기도 하고 편하게 이야기했다.
초반 질문은 내 이야기, 내 근황을 물어봤다.
형제는 어떻게 되는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했는지, 언제부터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지, 얼마나 불편했는지, 학생 시절과 회사생활 때는 어려움이 없었는지, 지금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수술 후 정정까지 할 생각인지 등등 여러 질문들을 하며 긴장감을 풀어냈다.
검사 목록이 오래돼서 가물가물하지만 첫 번째로 그림책 같은 걸 주면서 그림 중 빠진 부분을 찾으라고 했던 거 같다.
몇 개는 찾았는데 그 뒤부터 보이지 않았다.
아니... 진짜 억울한 게 숨은 그림 찾기 정말 잘하는데 이건 뭐 맞추라는 건지, 일부러 못 보게 하는 건지 안보였다^^(짜증)
그 뒤 시간 초를 재며 암산 풀이, 토막 짜기, 그림검사, 어휘능력 등등 여러 가지 검사를 하며 자괴감에 빠지기 시작했다.
멍청이~ 멍청이~ 화사 노래가 왜 생각이 났는지^^(짜증)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자괴감이 심해졌고, 이 정도면 심리가 아니라 영재 평가를 하는 기분이었다(쉣!!!).
그중 제일 자괴감이 들게 한 상식 문제풀이.......(뻑큐 머겅 두 번 머겅)
첫 번째 문제는 너무 쉬웠는지 기억이 안 나지만 두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 첫 초대 대통령이 누구인지였고, 3번째 문제는 물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는지 화학기호를 말하라였다.
저기여.. 어릴 때 화학기호 배웠지만 지금 십 년 넘게 화학기호를 쳐다도 안 보는데 기억이 나겠냐고요ㅜㅜㅜㅜㅜ
상식인 건 알겠는데ㅜㅜㅜㅜㅜㅜㅜㅜㅜ그래여!!!! 난 멍청이에여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싸펑 피펑!!!!)
여하튼 아주 괴로운 마음이 들게 한 심리평가는 여차저차 끝났고, 대기실로 나가니 등기나, 택배로 받을 수 없기에 토요일에 한 번 더 오라고 했다.
이것 드리................................................................... 그래도 어쩌겠뉴... 내가 아쉬운 사람인 걸.... 토요일 예약을 한 후 집으로 향하는 길에 여자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하는데 제일 많이 했던 말은 난 멍청이야!!!!! 난 모질이야!!!!! 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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